5월 1일

벌써 5월인가.

터키 온지 11일째군.
시간 참 안가는 듯 하면서 빨리 가는 느낌이구나.

Göreme에서 뜻하지 않게 5박이나 하면서
후회하고 있다.

여기서 2박치를 미리 계산한 걸 후회하고 있다긔.

오늘은 어디 갈 데도 없고
움직이려면 시간도 오래걸리고 하니
차 시간까지 숙소에 짱박혀있기로 해~

사실 오늘 아침에 일출을 볼까하고
5시 30분에 알람 맞춰놓고 깨긴 했는데

잠깐 눈만 감았을 뿐인데
시간은 20분이나 훌쩍 지나갔고
급하게 밖에 나가보니 해는 이미 올라와있었고
나는 자책하고 다시 잠들었을 뿐이고..

다른 사람들은 투어 떠났고
나만 혼자 남아 인터넷이나 쳐하고 있다.

계속 반팔 차림으로 있었던 탓일까
갑자기 몸에 한기가 돈다.
열도 나는 것 같고...

터키 와서 첫 감기기운이 도는구나.

젠장..

이윽고 시간은 돼서 나가는 김에
약 먹고 버스에서 쳐 자려고
약이나 좀 타볼까 했는데 사람이 없어!!

짐 다 싸고 나가려는데 들어와서
약은 못얻고 작별인사만 하고 나왔다.

설렁설렁 걸어왔는데도 13분 일찍 도착.
버스는 13시에 출발한다고 했지만
혹시 일찍 올지도 모르니 미리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Otogar엔 남조선인 아낙 넷이
뭘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모습이 보인다.

조언 또는 참견할까 하다가
컨디션도 안좋은데 괜히 말 섞기 싫어서 가만 있었다.

입 안열면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 남북조선인인지 모를 행색 덕에..-_-

13시가 넘었는데도 버스가 안온다.
괜찮다. 이럴 땐 나도 만만디..

없는 버스 있다고 거짓말할 애들은 아니니 믿어본다.
10분이 지나고 15분이 되었는데도 버스는 안온다.

음..이거 오늘 안에 Amasya 갈 수 있을까?

정시보다 18분이나 늦어서 왔다.

설마 13시 출발이라는 게 Göreme가 아니고
Nevşehir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격하게 드는데 이거?

버스는 뭐 잠깐 서는 가 싶더니 짐 싣고
나 타려고 하는데 움직인다.

뭐야 나 타지도 않았는데..
재빨리 버스에 몸을 싣고 착석.

Çavuşin을 지나 Avanos까지 가는데 4분 걸린다.
어제 1시간 20분 동안 걸었는데 고작 4분이라니..
뭔가 허망하다.

그놈의 돌무쉬 가격 아껴보겠다고
뻘짓한 내가 한심스럽기도 하고.

버스 안에서 TV 틀어줘서 TV 보고 있었는데

헐퀴!! 이게 뭣이냐!!


상기 이미지의 저작권은 저작권사에 있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하였고 상업적인 의도가 없습니다.

주몽!!
출처 : iMBC

주몽을 터키에서 볼 줄이야..-_-

근데 더빙이어서 아쉽게도 뭐라고 하는 지는
한국에 있을 때도 안봐서리 내용도 모르고.

버스는 한 시간만에 Kayseri에 도착했다.
운전사 양반이 뭐라고 친절하게 방송해주는데
나야 알아먹을 수 있나.

사람들이 우루루 내리는데 나는 목적지도 아니고
화장실이 급한 것도 아니었기에 그냥 앉아있었다.

근데 15시에 출발할 줄이야. -_-
40분동안 버스 안에서 멍때렸어.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이번 차장은 영어를 전혀 못한다.
당황스럽다. -_-;;

출발지를 물었는데 나야 [당시엔] 뭔소리 하는지 모르니
Sorry? 했더만 그냥 알아서 적는다.

대충 눈치로 옆에 앉은 젊은 아주머니가 Göreme라고 해준 게
내가 탄 장소를 대신 말해준 것 같다.

한 바퀴 돌고 다시 왔을 때 이번엔 목적지인 듯 했다.
마침 앞에 앉은 사람 중 한 명이 Amasya라고 해서
나도 이번엔 따라했다. 후후후..
나의 눈치는 신의 영역이다.

알아도 모른 척 몰라도 아는 척.

버스는 쥰내 가고
나는 중간중간 쳐졸다가 깼다가를 반복하니
Sivas에 도착했다. 17시 50분.

정차 직전 또 친절하게 뭐라뭐라 말해줬는데
당연히 모르니 또 패스. 차 안에 짱박히기.

이번엔 금방 간다. 18시 출발.
어라라? 차가 갑자기 서쪽으로 간다.
헐, 이게 미쳤나 왜 Ankara 방향으로 가는겨!!

갑자기 급 짜증 모드로 돌변!!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거 Ankara 가는 거 아냐?
이 씨발 이럴 거면 왜 Direct Bus라고 그랬어!!

혼자 속으로 오만 상상을 하며 욕을 하고 있었는데
버스는 한 시간 정도 달렸더니
Ankara 방향이 아니라 Tokat 방향으로 진로를 틀었다.

음? 이제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해가 질 무렵에야 Tokat에 도착.
19시 35분에 중심가에 도착했다가 40분에 Otogar에 도착.
또 섰다.

이런 썅 이거 오늘 시간 안에 가겠어?
망할 버스 또 30분 넘게 쉬었어!!
이미 주위는 컴컴해질 대로 컴컴해졌다.

버스는 계속 달리고 달려 마침내 Amasya 시내로 진입.
본능적으로 여긴 Amasya라는 걸 느꼈다만
Otogar이 시내에서 멀리 있다는 [약 2.5km] 걸 알아서
여기서 내려달라고 할까 말까 쥰내 고민했는데
그냥 Otogar에서 다음 티켓 확인할 겸 해서 계속 가기로 했다.

Otogar에 도착해서 짐 내리고 티켓확인하러 갈까 했는데
갑자기 Servis[세르비스] 아저씨가 탈 거냐고 묻는다.
나는 이거 혹시 돈 받는 건가 해서 얼마냐고 물었는데
영어 못알아듣는다...

Money, Money 하면서 손으로 지폐 만지는 시늉과
Lira Lira~ 하니까 손을 가로젓는다. 노노노.

공짜구나.

차에 올라타서 숙소를 묻는데 헐.. 숙소 안알아왔는데..
랩톱 꺼내서 Konfor Palace Hotel과 Ilk Pansiyon 가운데 하나를 찍었다.

차장인지 그냥 탄 놈인지한테
어느쪽이 싸냐고 물었는데 못알아듣는다. -ㅅ-

에라 모르겠다.
그냥 두 번째 있는 Ilk Pansiyon에 내려달라고 했다.
5분도 안가서 내렸다. 금방이네..

숙소 벨을 누르고 입장.
전통 가옥인가.. 가든이라고 해야할지 여튼 터가 있다.
짐은 잠깐 밖에 내놓고 Reception에 들어가서
여권 주고 가격 얼마냐고 물었더니 C25 = 50 TL!!

헉, 이틀 지내면 이스탄불에서 닷새 지낸 거랑 맞먹어!!

그리고 주인 아저씨 영어 전혀 못해. T_T

가격에 떡실신하고 일단은 방에 들어가서 짐 풀고 있는데

아저씨가 문을 두드리더니 씻을거냐고 한다.
[정확히는 머리 감는 시늉을 했다.]

그렇다고 했더니 보일러 켜줬다.

다시 Reception으로 돌아와 미처 못적은 거 마저 적으러 갔다.

신상 정보랑 뭐 이것저것 적는게 많다.
여태껏 이름, 여권 넘버 말고는 뭐 적는 게 없었는데 [간혹가다 집주소]
여긴 뭐 이렇게 적는 게 많아..

근데 영어로 적혀있는데 뭔 뜻인지 모르는 게 있어서
주인 아저씨랑 막막 통하지도 않는 대화로 진행하다가
전에 묵은 사람꺼 대충 보고 따라 썼다. -_-;
[아 나... 영국에서 1년 동안 뭐했니 ㄱ-]

방으로 돌아와서 씻으려고 하는데
아저씨가 또 방문을 두드린다.

면도기를 가져왔는데 됐다고 고맙다고 하곤
나 면도기 있다고 했는데
역시 면도기를 보여주는 편이
더 이해가 빠르지 싶어 면도기 보여줬다.

그러자 면도기로 겨드랑이 깎는 시늉을 하면서
'알라~' 이러는데 왠지 웃겼다;;

샤워하고 난 뒤 또 주인 아저씨가 방문을 두드리면서
차 한 잔 하겠냐고 해서 그러겠다고 하고 다시 Reception으로 갔다.

여긴 실내 흡연이 가능해서 담배냄새로 가득차있다.
머그컵 정도의 크기에 차를 담아줬다.
우왕 사이즈 gg.

잘 통하지도 않는 영어-터키어의 대화 속에
아저씨가 아가씨 불러줄까하고 구멍 끼우는 손동작을..-_-;

됐다고 괜찮다고 그러자
이번엔 여자친구 있냐고 묻고 끙끙끙 했냐고 묻...
뭐야 이 아저씨;;

자기는 22살에 첫 애를 낳고 애가 둘 있다고 했다.
아니, 하는 것 같았다.

이게 이슬람 남자들이 정력 자랑하는 그 건가 싶었다.

그리곤 다시 아가씨 불러줄까하는 뉘앙스의 얘기[동작]를 했다;

또 난 괜찮다고 하고
그리곤 이 얘기 저 얘기하다가
그만 가겠다고 하고 돌아갔다.

버스에서만 내도록 있던 얘기라 딱히 사진 찍은 게 없어서 숙소 사진 한 장 올린다.




오늘의 이동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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